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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여행' 조지아... 동화속 그림 풍경



동화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듯한 조지아의 소식이 있어 전해드립니다. 이는 박하선 여행 작가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카프카스3국 중의 하나인 ‘조지아’는 카프카스 산맥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구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후 한때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장미혁명’이라고 불리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곳이다. 

영토는 비록 작지만 흑해를 끼고 있으면서 카프카스 산맥의 경이로운 자연과 오랜 전통이 살아있어 유럽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아시아의 젊은이들까지도 불러들이고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스테판 츠민다 마을

조지아는 가는 곳마다 맛좋은 와인이 유혹하는 와인 천국이고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한 곳을 들라면 단연 ‘카즈베기’ 지역이다. 

이곳은 수도인 트빌리시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3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 산악지역이다. 험준한 이 산은 조지아에서 3번째이고 카프카스 산맥에서는 7번째로 높은 산이다. ‘카즈베기’는 구소련 시절에 부르던 이름이고, 현재는 ‘스테판 츠민다’로 불리고 있지만 그래도 현지에서는 ‘카즈베기’라는 지명이 더 쉽게 다가온다.


풍경카즈베기 산중에 있는 스테판 츠민다 마을.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 지루함을 느낄 만할 때 유서 깊은 ‘아나누리’ 성당 앞에 세워준다. 아나누리 성당은 진바리 호수 색깔과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다만 미니 버스가 성당을 다 구경하도록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눈도장만 찍고 다음 목적지로 가야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차츰 고도가 높아지는가 싶을 때 해발 2379m의 즈발리 고개를 넘어 소비에트 스타일의 대형 벽화가 있는 곳에서 주변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눈 덮인 산들이 보이면서 드디어 카프카스 산맥 안에 들어왔음을 실감한다. 산속의 그림 같은 집들을 지나치다가 제법 큰 마을에 도착한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테판 츠민다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카즈베기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휴게소 역할을 하는 소비에트 양식의 벽화 건물.
이곳이 산중이기는 하나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멋지다고 소문난 호텔이 하나 있다. 마을 뒤편 언덕 위 전망이 좋은 곳에 제법 규모가 있게 들어서 있는 룸스 호텔(Rooms Hotel)이다. 고급 호텔이라 당연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곳 카즈베기에 와서는 좀 무리해서라도 하룻밤 정도는 머물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배낭여행자들에는 언감생심이어서 주변에 널려있는 민박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룸스 호텔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머무는 호텔인양 거침없이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가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우선 호텔 로비가 특이하다. 다른 곳과 달리 요즘 말하는 북카페 또는 도서관 형식이라 거부감이나 위압감 없이 편안한 느낌이 든다. 널다란 데크에 자리 잡고 앉아 커피향을 맡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깃든 산

오락가락하는 구름 사이로 눈을 이고 있는 카즈베기 산이 펼쳐지는가 하며, 그 밑 작은 봉우리 위에 동화 속에 나올법한 작은 건물 역시 구름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라 부르는 교회다. 교회 바로 밑에 그림처럼 보이는 ‘게르게티’라는 마을 집들이 올망졸망 몰려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우리말로는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 또는 수도원’이라 부르면 될 듯하다.

산정에 세워져 있는 츠민다 사메바 내부 모습이곳은 14세기에 건립됐는데 비록 조그마한 곳이지만 조지아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으로 신성시하는 곳이다. 나라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국가의 보물들을 산속 깊이 있는 이곳으로 옮겨 보존케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조지아 여행의 백미는 바로 이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를 가까이서 보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이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을에서 지프를 타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 올라가면 제일 쉽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분들에게는 좋겠지만,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비용이 부담이 되고 성스러운 곳에 너무 편하게 올라간다는 것이 왠지 분위기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을에서부터 트레킹으로 올라가면 된다. ‘항상 비경은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찾아 가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말일 게다. 대략 2시간이면 여유롭게 해발 2100m의 수도원 밑에 닿을 수 있다. 뒷산인 5047m의 눈 덮인 카즈베기 산도 좋지만 앞에 펼쳐지는 바위투성이의 험준한 산들도 볼 만하다.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신들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전해 주었다고 해서 진노한 제우스신이 프로메테우스를 이 카즈베기 산에 묶어놓고 독수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진 간을 쪼아 먹게 하는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는 신화다. 제우스신의 포용성이 그것밖에 안됐던가 하는 실망감과 노여움이라기보다는 심술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수도원을 바라본다. 분위기로 봐서 인간이 거주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누군가로부터 쫓겨난 착하지만 힘없는 신들의 거처가 바로 이런 곳인가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고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도원

여기저기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이 보이는 작은 석조 건물이다. 지대가 높은 곳이고 보슬비가 내린 뒤라 바람 소리가 쌩쌩 거린다. 영화 같은 곳에서 많이 보아온 그런 성스러운 분위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남루한 성자라도 나타나 줘야 하는 건데 새벽에 출발해 올라와서인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내부로 들어가는 문도 굳게 닫혀 있어 돌아서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듯한 가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안에 누군가가 있는 듯싶었다.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두드린 자에게 문은 열린다고 했듯이 역시 문이 열렸다. 몇 사람들이 그 이른 아침에 기도 중이었던 것이다. 촛불로만 밝히고 있는 어두컴컴한 실내 분위기는 엄숙하고 무거웠다. 사제인지 수도사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분이 예복을 입고 향불을 피우고 있고, 다른 몇 분은 벽에 기대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이 지역 정교의 모든 교회들이 그러하듯 의자라는 것은 없다. 여기저기 모든 벽에는 오래돼 보이는 성화들이 그려져 있다. 마치 불화가 그려져 있는 티베트계의 어느 사원에 들어와 있는 분위기와 아주 흡사하다. 종교란 대상의 이름이나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지 결국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욕심나는 분위기여서 촬영을 하다가 결국 쫓겨났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고감도 촬영을 눈치껏 했는데도 워낙 무거운 분위기이다 보니 셔터 끊어지는 소리도 방해가 됐나 보다. 1차 주의 끝에 누군가가 슬그머니 등을 밀어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오고 만 것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평소의 지론이 사진 찍지 말라는 곳에는 꼭 사진 찍을 만한 것이 있는 것이고,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는 꼭 볼 만한 것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좀 받기는 해도 이것이 사진가들의 철칙이라고 주장한다면 좀 과한 것일까. 그래서 사진가들은 특별한 지장이 없는 데도 극구 촬영하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을 제일 미워한다. 일단 여기서는 그 신성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몇 컷이나마 촬영하고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산속 전망 좋은 곳에 들어서 있는 암자나 다름없어 보이는 이 수도원 건물이야 다른 곳에서 보아 온 교회나 수도원들과는 별다른 것은 없다. 이곳이 그처럼 유명한 것은 카즈베기의 멋진 풍경 속에 자리하면서 고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은 온통 풀들과 야생화 천지다. 수도원 저 밑으로 게르게티 마을과 스테판 츠민다 마을이 그림 같다. 늦게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면서 올라오고 있다. 그들은 올라오자마자 환호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다고 정신이 없다. 카즈베기 산에 있는 신들의 작은 거처에 오게 된 것을 기념해야 할 것이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한 곳이기에 바삐 서둘지 말고 꿈을 꾸듯 취하고 또 취해도 좋은 곳이다. 구름의 유희와 그 사이로 드러나는 험준한 산봉우리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불과 문명을 전해 준 프로메테우스가 지금까지도 저 산속에 묶여있기에 이 수도원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조지아=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여행 정보

한국에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고, 모스크바나 베이징을 거쳐 가는 항공편을 이용해서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로 가면 된다. 한국인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화폐는 ‘라리’라고 하는데 1라리는 약 700원 정도다. 트빌리시 디두베 버스터미널에서 카즈베기까지 가는 미니버스들이 많고, 러시아로 가는 군용도로를 달려 2~3시간이면 스테판 츠민다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숙박은 룸스호텔이 좋지만 부담이 된다면 게스트하우스나 민박도 있다. 

마을에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으로 가려면 가장 빠른 것은 지프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상에서 지프가 1시간 정도 기다려 주니 내려올 때도 그걸 타고 오면 된다. 개인이 이용하기는 비싼 편이라 팀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트레킹을 해야 하는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여름철에는 비가 올 때가 많고 아침저녁으로 다소 싸늘하니 긴 팔 옷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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