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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소월길] 도심 속 여백의 공간.. 봄 정취 가득



봄 정취 가득한 이태원 소월길에 대한 소식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주인공의 맥주집인 베트남 쌀국수집


나전칠기 박물관을 지나 소월38길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모던한 무채색의 낮은 건물들 말미 붉은 등이 달린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2016년 가을, 깊은 공감대를 이끌며 아줌마 마니아를 양산했던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촬영 장소다.

방영 당시 검은색 외장이었던 이 건물은 내부 계단과 외벽 철제 계단이 혼재된 형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 안과 밖을 지나는 계단을 통해 호감을 나눈 첫 만남과 제도권을 거스르는 혼돈의 만남을 거듭한다. 2층과 3층은 드라마 방영 당시 매력적인 유부남 건축가 서도우 친구의 수제맥주집. 실제로 루프톱 바가 유명한 수제맥주집을 빌린 곳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베트남 쌀국수집 ‘레호이’로 바뀌었다.


베트남 분위기의 원목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출해 보이는 나무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철제 의자가 있는 소박한 공간이 보인다. 작은 열기구가 자리한 창문은 맛집 블로거들의 단골 촬영지다. 외부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은 과거 드라마 촬영지였던 수제맥주집 자리.

지금은 레호이의 주방으로 변신했다. 내부 계단으로 올라가는 3층은 단체 손님을 위한 넓은 테이블 공간이다.

레호이의 대표 메뉴는 단연 쌀국수. 고수를 선택할 수 있어 베트남 특유의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선호한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를 베트남 맥주에 곁들여 즐기고 나면 친절한 직원들에게 부탁해 외부 계단을 통해 루프톱을 접할 수도 있다. 드라마 속 비경이 펼쳐지는 이 공간은 드라마에서 루프톱 파티가 열린 장소. 사방이 탁 트여 여러 각도로 시내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 만약 저녁 식사 후라면 평생 잊지 못할 야경도 접하게 된다.

드라마 속 루프톱 파티 장면.
소월길만의 한적한 풍경 고스란히 담겨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두 번째 사춘기를 앓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 가정을 가꾸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최수아와 서도우는 유학 보낸 딸들이 겪은 불의의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는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두 번째 사춘기를 앓고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차가운 아내의 반응에 딸을 잃은 슬픔을 공유할 수 없었던 정 많은 아빠 서도우와 개인주의적이고 독선적인 남편과 대치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했던 성실한 엄마 최수아는 사막같은 삶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이끌렸다.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우정만을 나누고자 긴 호흡으로 교류한 장소가 바로 이 소월길에 있는 극 중 서도우의 작업실과 수제맥주집, 그리고 소월길에서만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다.

주인공 최수아 역의 배우 김하늘.세계 각지의 음식점이 즐비해 활기 가득한 ‘이태원의 허파’ 같은 소월길은 다른 시공간 같다. 소월 김정식의 시비(詩碑)가 인근 남산공원에 있어 이름붙여진 소월길만의 한가로움이 조용한 주택가와 한적한 숲길에 고스란히 묻어나서다. 남산의 자연과 이태원의 세련미를 조용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적이다.

소월길의 또 다른 매력은 남산 야외식물원. 봄날의 산책이라면 매주 찾아도 지나치지 않는 생명력 가득한 장소다. 인근 산이나 숲에서 만나기 어려운 수백 종의 다양한 식물과 나무는 물론이고 움트는 속도가 모두 달라 갈 때마다 감흥이 다른 색색의 꽃은 탄성을 자아낸다. 다시보기로 볼 때마다 내 삶과 주변의 삶을 달리 보게 하는 ‘공항 가는 길’의 신선함과도 같다.

장인의 솜씨가 모인 나전칠기박물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거짓에 가려져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며 마음 길을 찾아가다 보면 진정한 삶을 되찾는다는 진리를 전한다.

배려와 이해는 다잡고 옥죄는 위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남산을 두르는 소월길의 도심 속 한적함은 급박하고 정신없는 현대인에게 여백을 선사한다.

서도우의 어머니인 매듭 장인 고은희(예수정 분)는 아들의 사업을 확장시켜보겠다는 갤러리 관장에게 “저절로 커지든가 저절로 사라지든가. 일도 잘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냥 지켜봐주지”라며 여백에 더한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요즘 대세인 타이밍의 미학과 대조되지만 기다림은 성장통을 거친 성찰을 수반한다. 뻔한 불구덩이로 들어간다 해도 말리기보다는 깨닫기를 기다리는 것이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매력이며 주된 촬영지인 소월길의 정서다.

서도우는 어머니 고은희의 임종에 팥죽을 선사한 인연까지 엮인 최수아에게 “인간은 죽기 전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하나쯤은 꼭 해주고 간대요. 간절하게 그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걸 어떤 식으로든 남겨준다는 거죠”라며 어머니의 유언을 따른다.

각지에 흩어진 지인들에게 선사한 자신의 작품을 다시 받아 누구나 무료로 드나드는 작은 전시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유언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방점이 찍힌다. “아들이 이런저런 사람 만나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며 좀 다르게 살아보라”는 뜻의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이다.

소월길 중간에 있는 ‘나전칠기박물관’도 드라마 속 매듭 장인 고은희의 작품 전시관과 궤를 같이한다. 섬세하게 이어진 나전칠기 작품은 위선을 벗고 진심을 다하려는 중년의 사춘기를 응원하듯 장인이 소명을 다해 구현한 명작들이다. 누구나 벨을 누르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촬영지

“조종실에서 본 밤하늘, 알래스카의 연어맛, 시드니의 맥주 한잔, 두바이 사막의 해질녘, 그리고 지금 여기, 2층에서의 여명.”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연출 김규철, 극본 이숙연) 주인공 최수아(김하늘 분)가 십수 년 승무원 생활에서 얻은 재산 목록이다.

그중 ‘지금 여기, 2층에서의 여명’은 각자 가정이 있는 최수아와 서도우(이상윤 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처음 함께 본 도심 속 비경(秘境). 바로 이태원 해방촌 일대다. 오래된 단독주택과 빌라로 가득한 전망은 도시의 그림자와 어우러져 다채로운 생명력으로 와 닿는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안락한 굴레를 벗고 자아 찾기에 나선다는 복선이기도 하다. 지하철 한강진역에서 내려 그랜드하얏트호텔 옆 남대문로를 걷다 보면 숲이 우거진 남산길과 조우한다.

과거 남산순환도로라고도 불리던 소월로(소월길)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은행잎으로 계절 옷을 바꿔 입는 가로수길을 지나 울창한 숲이 우거진 남산 야외식물원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에 루프톱 바로 유명한 ‘하베스트 남산’ ‘피피서울’ ‘썬댄스 플레이스’ 등이 연이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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